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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는 공사중
신상철  2009-09-06 09:14:51, 조회 : 1,000

자전거로 오리에서 여의도까지 갔다 온 날

한참 책을 읽다가 창 밖을 보니 초가을 맑고 깨끗한 하늘이 좀 보자고 손짓한다
읽던 책은 덮어두고 그렇게 하기로 한다
독화살을 맞은 관우가 마취도 안하고 고통을 참아가며 수술한다는 삼국지 대목에서 중단한다
마취도 안 한 상태로 수술하자니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보자고 바둑을 두며 수술 받기로 한다
어깨뼈에 맞은 화살의 독이 번져 뼈의 일부를 깎아 내야 하는 수술이다
관우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인내로 고통을 잘 참아내고 있었다
아쉽지만 수술이 잘돼서 삼국을 통일할 때까지 장수할 기대를 하며 책을 덮다

소설 삼국지의 배경이었던 1800년 전 책의 내용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면 전쟁중임을 감안하더라도 인간의 평균수명이 얼마 되지 않은 듯.
추측컨데 50살을 넘기지 못한듯하다

의술이 발달하고 장수의 비결이 알려지며 사람의 수명도 비례해서 점차 늘어난 것 같다
“생노병사” 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니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힘들어도 무조건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유산소 운동인 걷기와 자전거타기라고 한다
운동한 많이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뇌의 모양을 엠알아이 뇌단층 촬영한 사진으로 비교해 보니 뇌의 중앙에 있는 빈 공간의 크기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의 뇌의 가운데 빈 공간이 작은 것으로 봐서 뇌의 노화가 운동한 만큼 비례해서 더디게 진행한다고 한다

오늘의 운동은 자전거타기로 정했다
한동안 꼼작하지 않아 굳어 버린 몸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너무 걸어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고 뒤꿈치가 까진 후로
당분간 운동하는 날은 자전거를 이용하기로 정했다
오늘은 특별히 체력이 받혀주는 한 장거리를 갔다 오기로 작정했다
날씨도 좋으니 드디어 건강 검진하듯이 체력을 시험해 볼 때가 된 것이다

혼자 떠나기보단 친구랑 같이 갔다오는게 좋을 듯싶어
송파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혹시 시간되면 동행하자고 전화하니 다행이 반기는 목소리다
다소 거리가 먼 코스이지만 여의도 행을 제안해 보기로 했다

지난번에는 송파구를 일주하는 코스를 이용했는데
나름대로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좋았지만 주변 경관이 탁 트인 맛이 없다 보니
그야말로 2% 부족한 코스라고 평점을 매겨본다
이번에는 한강을 끼고 도는 코스라 많이 다를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의 자전거여행은 이렇게 정해졌다
구미동에서 수서까지 1시간
수서에서 여의도까지 1.5시간
중간 휴식 0.5시간
80km를 왕복 6시간에 완주하는 것이 목표로 정했다

길이 머니 준비목록에 있는 것을 하나도 빠지지 않고 챙긴다
음료수와 먹을 것도 챙기고 자전거 수리에 필요한 공구도 챙긴다
정아 엄마도 덩달아 신이 나서 과일과 주먹밥 등을 챙겨준다

집을 나서니 날씨가 역시 자전거타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다
구름이 조금 끼어있어서 비가 내릴지도 모른단 예감이 든다

자전거도로로 내려가니 홍수 때 피해 입은 도로가 잘 복구되어 있었다
간간히 사람들이 모여 홍수피해 입은 탄천변과 도로를 정리 중에 있었다
구미동 야외수영장은 어느 틈에 완전 복구되어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가족단위로 끼리끼리 모여 앉아 웃음꽃을 피우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야외수영장의 주 고객은 취학 전 어린 꼬마들이다
애들은 깊이가 한자도 안되는 물속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신나게 놀고 있다
신나게 노는 애들이 질러대는 목소리가 어찌 큰지 모란시장 한가운데에서 나는 소음 이상이다
행복에 겨워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애들을 보니 나도 또한 분위기가 전염되어 즐거운 마음이 절로 난다
다같이 행복한 세상이 어찌 아니 좋을 수 있겠는가

조금 지나니 첫 번째 분당의 간선도로인 큰 다리가 나타난다
그 다리 밑은 늘 사람들로 초만원이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으나 다리 밑에는 바람이 세게 지나가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특히 무더운 여름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된다
구청에선 다리 밑에 벤치도 많이 만들어 두고 손님을 맞이 한다
무심히 앉아 있는 사람, 자전거 타다 지쳐 쓸어져 있는 사람, 나 몰라라 나잡아먹어라하고 대자로 누워있는 사람, 친구들과 어울려 고스톱 치는 아낙네들,
명당 다리 밑은 먼저 차지하는 사람 차지다
희망 근로하는 사람들이 먼저 그 다리 밑을 점령하면 일단 일반인은 접근금지다

다음에 나온 다리는 탄천을 걸어 건너게 만든 조그만 다리다
난간이 모두 뽑혀 나간 다리 위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난간을 수리하고 있다
이곳을 포함해서 탄천에 있는 다리는 이번 홍수 때 다리 난간이 모두 쓸려 나가는 큰 피해를 입었다
난간이 홍수 때 떠내려온 쓰레기 더미 공격에 대패를 한 것이다
그동안 장마철마다 피해를 입었건만 대책이 충분치 못한 원인은 무엇 때문일까?

그러나 올해 장마는 별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탄천에 일거리가 없어 쉬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홍수피해로 일거리가 생기면 오히려 반갑다
성남에서만 희망근로라는 명목으로 수천 명이 탄천을 지키고 있다
도로도 정비하고 탄천 내에 쌓여있는 쓰레기 수거를 하고 있는데 20세부터 노인까지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이들 곁을 지나치다 보면 항상 옛날 개미와 배짱이라는 동화가 생각난다.
고난을 대비해서 미리미리 준비하는 개미 곁을 당장 here & Now 를 외치며 즐기는 배짱이를 매번 떠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경치를 구경하고 상념에 젖다 보면 어느새 손발에 마비가 온다
그럴 때는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쉬어야 한다
특히 손목이 저리고 엉치가 마비되는 것은 아마도 일시적으로 혈관이 막혀 혈액순환이 원활치 않아 생기는 자연현상 같다
그럴 땐 이유를 따져 묻지 말고 몇 분 잠시 쉬는 게 요령이다
대체로 삽십분정도에 5분 정도 쉬는 게 바람직하다
자전거를 오래 타면 전립선이 안 좋다고들 하는데 아마도 요령 없이 자전거를 타서 생기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서현 방면쯤 되면 손발이 슬슬 저려 오는데
그 곳에는 유난히 넓은 잔디밭이 있어서 잔디를 깎고 청소하는 일이 많다
잔디를 깎을 때 풍겨 나오는 풀잎향기가 이상하게 오감을 자극하고 마치 향수처럼 감미롭게 느껴진다
풀잎이 흐트러지면 내 뿜는 향이 인체에 해롭지 않을 것 같으나 재빨리 그곳을 벗어난다

집에서 한 40분 정도 열심히 가다 보면 성남모란 정도 되는 곳이 나온다
물건을 사 들고 오가는 사람들이 눈에 띄는 것을 보니 아마도 오늘이 장날은 아닐까?

만남의 장소 복정을 조금 앞서 성남 서울비행장이 있다
서울비행장과 탄천을 사이에 두고 자전거도로가 한 3킬로미터 넘게 곧게 뻗어 있는데 이 길을 달리다 보면 상쾌하기 이를 데 없다
가끔 비행장안에서 대포소리가 나는데 아마도 새를 쫓기 위해서 쏘는 것 같다
아시다시피 비행기의 최대의 적은 새다
새가 비행기 앞 유리, 날개 혹은 제트엔진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면 비행기가 치명상을 입는다
대포소리가 너무 커서 나는 가끔 간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 길에서 바람이라도 등지는 날이면 대포소리와 상관없이 가슴이 뻥 뚤리듯 시원하고 상쾌하다
이 곳에선 무제한으로 신나게 속도를 내본다
보행자 도로도 따로 있고 길이 곳다보니 맘놓고 달려도 안전하다
다만 가끔 잠자리와 충돌하는데 둔한 놈은 헬멧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래서 이렇게 빨리 달릴 때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자전거는 주로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는데 최근에는 아줌마 동호인들이 많이 늘었다
자전거가 건강에 좋다는 말이 퍼지면서 아줌마들도 뛰어든 듯하다
굳이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과에는 그에 합당한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평소에 건강에 신경 쓰고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이 장수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요즘에는 외국사람들도 눈에 많이 띈다
주로 조깅하는 사람들이지만 가끔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보인다
그래서 지구가 작아졌다는 실감한다
지구 반대편에 살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실로 지구는 하나의 생활권임에 틀림없다

비행장을 끼고 달리는 이곳에는 비행장활주로만큼이나 넓게 공터가 자리하고 있고
코스모스랑 여러 가지 꽃들을 많다
이곳에서 꽃에 홀려 꽃밭에 들어 갈 때는 조심해야 한다
꽃을 좋아는 뱀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 모양이다
언젠가 꽃밭에 들어갔다가 더 예쁜 꽃을 찾겠다고 깊숙이 들어갔는데 한 사람이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뱀이 많으니 조심하라고 알려주어 알게 된 사실이다
어느 유난히 무더웠던 날
허허벌판에 사람도 별로 없던 때 목적지까지 갔다 되돌아 오는 그 시간에도 내게 뱀의 위험을 알려준 그 사람이 그때까지 그곳을 지키고 있는 게 아닌가
뱀이 출몰한다는 사실을 무지한 대중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 때문인 것 같다.
이 사실을 어찌 이해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신성철 뇌 회로가 합선되서 한동안 그 사람과 뱀 애기를 붙잡고 있었다
혹시라도 그 곳에서 뱀에 물리게 되면 반드시 사진을 찍어둬야 한다
독사일지 모르니까
사진을 좋아하는 내가 이곳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파란 하늘이 흰 뭉게구름과 함께 잘 나오고 송파의 아파트가 길게 쭉 뻗은 길 끝에 있어 대충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오기 때문이다

드디어 복정에 도착하니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
탄천에서 남의 낚싯대를 마치 자기것인양 지키고 앉아 있다.
이 친구는 늘 구청에서 빌린 빨간 자전거를 몰고 나온다
웬만하면 자전거를 한대 구입하겠지만 아파트에서 자전거 보관하고 간수하기가 번거로워 미루고 있는 듯.  
빌린 자전거는 그런대로 상태가 좋지만 사용자가 한번 더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특히 브레이크에 대한 확인을 꼭 해야 한다.
점검하지 않아서 낭패 볼 때가 가끔 있다
자전거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공구가 필요하다

한번은 출발 전 점검을 소홀히 한 날 종점에 도착해서 “도대체 바퀴가 구르지 않는다”는 말에 브레이크를 살펴보니 브레이크가 바퀴에 조금 조여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핸드 브레이크를 올려놓고 자동차를 운행하는 것과 같았으니 그날 자전거 타느라고 어지간히 고생했을 것이다
그러나 힘든 만큼 제대로 운동했을 것이다

나는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별로이지만 한가지 맘에 드는 게 있다
자전거 보관할 수 있는 지하창고가 있다는 것이다
문 앞에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으면 자전거 출입이 어려운데
다행이 우리 창고 앞에는 자동차 주차가 안되게 되어 있어 자전거 출입이 편리하다. 이곳에 공구도 비치해두고 웬만한 수리는 알아서 직접 한다

출발 전 휴대해야 할 공구로는 바퀴를 분해할 때 쓰는 것과 브레이크 조정시 필요한 십자드라이버 그리고 크기가 맞는 육각 드라이버정도면 된다
바퀴 분리 시 필요한 공구는 자전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자동차에 잘 싣기 위함이다

친구와 만나기로 한 장소는 8호선 전철 환승역이 있는 복정이라는 곳인데
이 곳은 탄천에서 유일하게 낚시행위가 묵인된 장소이다
이 곳에서도 예외 없이 낚시꾼들에게 30만원의 벌금을 물렸지만
지금은 낚시꾼과 구청간이 타협해서 구간을 정해놓고 정해진 구간 내에서는 낚시를 허용한다고 한다.

탄천에는 물고기가 매우 많다
낚시가 법으로 금지된 이후에 물고기가 넘쳐나서 황새나 왜가리 등 철새 떼들이 많이 찾아온다
물속 생태계가 복원된듯하다
탄천에서의 낚시금지를 잘한 것이라고 본다
이곳에 오면 옛날 낚시에 미쳤던 때를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때가 되면 떠나볼 생각으로 아직도 장비는 잘 준비해 두고 있다

“안성의 반제지”라는 낚시터를 늘 마음에 두고 있다
조사해 보니 그곳엔 아직도 낚시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내친김에 낚시 포인트도 자세히 알아 두었으니
날씨가 좀 선선해질 때를 기다렸다 출조를 시도해 볼까 하고 생각 중이다  

복정에서 수서 가는 길은 명품길이다
한때는 분당 자전거도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했지만 지금은 그 쪽이 더 훌륭한 것 같다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분리되어 있고 산책로는 적갈색, 자전거도로는 청록색으로 칠해서 확연히 구분되도록 했다
길 양 옆으로는 무릎높이의 초록의 야생화와 색색의 화초가 잘 심어져 있으며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가로등은 진노랑 색으로 이들이 눈에 띄게 잘 조화된 색으로 잘 어울린다
두꺼운 흰색으로 선명하게 칠해진 차선도 잘 어울리고
노란색의 가로등은 구부정하게 서서 안전운전을 기원하듯 내려다 보고 있다

수서에서 쉴 만큼 쉬고 에너지를 비축한 뒤 드디어 잠실운전면허시험장을 지나 한강을 끼고 좌회전해서 여의도방면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길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 예전 모습 그대로지만 내내 새롭게만 느껴진다
행인과 겸용인 도로지만 행인은 별로 많지 않다
그래도 조심하면서 나간다

도로 우측 가드레일 옆으로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곳에 강태공들이 진을 치고 있다
낚시릴대를 여나무대 펼쳐놓고 흐믓해 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이곳을 차지한 강태공들은 얼마나 복 받은 사람들인가

최근 괜찮은 책을 정독해서 읽고 있다
아무래도 이런 유형의 책은 천천히 읽는 게 좋을 것 같아
속독법을 무시하고 옛날식 속 발음을 동원해서 읽고 있다
차동엽이란 사람이 쓴 “하는 일마다 잘되리라”는 부제목의 “무지개원리”라는 책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 읽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해 지고 싶은 바람이 있는 사람은 꼭 읽어 보기 바란다
행복의 끝은 어디인지 알게 해주고 또 행복을 잡고 누리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이 참에 평소에 생각대로 책을 읽은 성산가족에게 포상금을 주고자 선언코자 한다
책을 읽은 사람에게 책값만원 과 수고비 이만원, 합계 삼만원 정도의 포상금을 반년 후 본인이 잡을 구한 이후에 지급할 것을 약속하니 많은 분들이 책을 읽어 보기 바란다

누구나 읽으면 알만한 쉬운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행복의 원리 7개를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1.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2. 지혜의 씨앗을 뿌려라 3. 꿈을 품어라 4. 성취를 믿어라 5. 말을 다스려라 6. 습관을 길들여라 7.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이 곳에서 낚시하는 강태공들은 모두 행복이 뭔지를 잘 알고 있는 행복한 사람들임이 틀림없다

영동대교 부근을 지날 때 보니 오토바이를 몰고 온 강태공들이 특히 많은데 한강다리에서 진입이 어려우니 아직까진 오토바이가 없으면 참 불편할 것 같다
그러나 앞으로는 쉽게 이곳으로 올 수 있을 것 같다
머지않아 다리에서 직접 고수부지로 내려 올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시민의 입장을 고려한 공무원의 아이디어를 칭찬해 주고자 한다

페달을 밟지도 않는데 자전거가 혼자서 신나게 달리는 구간이 있다
길고 긴 내리막길인데 한편 되돌아 올 때 힘들겠구나 걱정이 된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벌써 잠원을 거쳐 반포가 도착한다

출발해서 한번도 교통신호에 멈춰선 적이 없었으나 잠수대교에서 신호 대기해야 한다.
신호대기 중 잠수대교 교각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분수 물줄기를 감상한다
물줄기가 가만히 있지를 않고 뱀이 꼬리치며 움직이며 살아서 움직인다
무지개도 만들어 가며 주위의 시선을 붙잡아 둔다

분당에서 한강에 이르기까지 탄천변에는 매점이 한군데도 없다
매점설치를 법으로 못 만들게 한 모양인데 참으로 불편하기 짝이 없다
배가 고프고 허기져서 현기증이 나도 참아야 하고 목이 말라도 참아야 한다
다행이 한강변 고수부지에 들어서니 곳곳에 매점이 눈에 띈다
매점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곡차 하나를 샀다
잠시 사라진 친구를 찾는다고 앞서가던 친구가 난리를 핀다

동작대교를 지나는 곳에 아담한 공원이 있다
경치 구경하다가 아예 점심을 먹기로 한다
주먹밥을 꺼내니 친구가 주먹밥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한다
한참 동안 강의를 하더니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
김치가 있었으면 100점이었을 텐데 2% 부족이라고

그리고는 예상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곡차를 보더니 또 한마디 한다
한잔받아들고
과거에 심장 수술한 사연을 레코드 판 틀어놓듯 재생하면서
오늘도 곡차 때문에 기어코 한마디 들었다
그 곳에서 강 건너 남산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강 건너에 아파트단지 옆으로 남산타워가 보인다
서울의 스카이 라인이 아파트단지에 묻혀 버렸으니 아무래도 더 큰 타워를 건설해서
서울 어디에서나 남산이 잘 보이게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노량진을 지나다 보니 유적지 사육신묘 주변을 단장하느라 분주하다.
새것도 좋지만 우리의 고유한 멋이 있는 문화재도 소중히 보존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할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이리 저리 둘러보니 여러 가지 새로운 것을 보게 되고 또한 많은 느끼게 된다

노량진다리 밑 구간은 한강변 자전거도로 중에서 제일 운치 있는 구간으로 꼽고 싶다
길을 넓힐 수도 없고 새로운 시설을 만들 수 없으니 오래 전 모습 그래로다
새것은 없고 오래되고 빛 바랜 것들이 오히려 매력을 발산한다
지나가다가 왠 매력에 이끌려 길게 늘어선 벤치에 잠시 머무른다
한가롭게 앉아 강 건너 무심한 남산을 바라 보고 있노라면 몸과 마음에 평화가 찾아 든다

드디어 여의도에 입성이다
그런데 63빌딩이 올려다 보이는 곳을 들어서니 여의도고수부지는 건설공사 중이었다
먼지를 일으키며 분주하게 오가는 덤프트럭하며 신축중인 건물과 쌓여져 있는 건축자재들
국회의사당 앞까지 그 넓은 고수부지가 모두 공사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자전거 길이 있다는 것이다
진흙탕 길만 아니었어도 좋았을 것을

어렵게 왔으니 잠시 신정아는 어떻게 있나 알아볼까 하다가
때가 아닌 것 같아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아무래도 못 올 곳을 온 것 같아 물 한 모금 마시고 사과 한입 베어 물고 서둘러
공사장을 빠져 나오기로 했다
목표가 시원찮아 도 목표로 가는 과정이 좋으면 되는 때도 있다
여의도를 목표로 한 것이 실수라면 실수지만 오가는 길에 경치 구경하는 과정은 훌륭했다

괜한 여의도 행을 주장했나 싶어 친구의 생각을 물어보니 다행이 상관없단다
서둘러 여의도를 막 빠져 나오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다행이 동작동까지 자전거길이 다리 밑에 있기 때문에 비를 안 맞고 올 수 있었다
조금씩 오던 비가 반포대교부터는 양동이로 물을 붓듯이 내리기 시작한다

쉼터에서 기다리는데 30분 정도 지나니 빗줄기가 가늘어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근처에서 어른 몇 명이 음식을 놓고 빙 둘러앉아 재미있게 애기를 나누고 있다
그 중 유난히 얼굴이 빨간 분이 말을 많이 하고 있었다
예전에 알던 사람 같아 한참을 쳐다보고 있는데 그 쪽에서는 영 반응이 없다.
그래서 아는 사람이 아닌 것을 확인했다

우리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과 같이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모두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고 나름의 살아온 인생사가 있으며 정체성이 있고 자의식이 있으며 나름대로 하나의 거대한 우주를 품고 있다.
똑같아 보이는 사람도 자세히 보면 똑 같지가 않다.

수서를 지나 좁고 긴 자전거 다리를 지나는데 다리 반대편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방송국에서 자전거길을 취재하러 나온 사람들이다
인터뷰하는 장면을 한참 동안 구경하였다
자전거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그리고 유산소운동으로 각광을 받다 보니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음이 분명하다
송파 자전거 길은 특별히 잘 조성되어 있어 이용자들의 반응을 확인해 보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내 생각에도 이 길은 참으로 잘 만들어진 것 같다
보행자도로와 분리되어 있고 곳곳에 표지판이 있어 안전하고 편리하다
곳곳에 화장실이 있으며 사람이 많이 찾는 다리마다 편히 쉴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인터뷰를 해 줬으면 하는 눈치던데 정중히 사절했다
일 없이 평일에 자전거나 타고 있으니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겠는가
노인은 아니나 정년퇴직을 했으니 노인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잘 다니던 회사도 나와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정년이 길어 아직도 교단에 몸담고 있는 친구들도 어느새 자발적인 조기퇴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재는 전철 경로석에 앉는 것을 감히 엄두도 못 내고 있는데 앉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나이는 얼마면 될까

오늘은 복정에 있는 단골 포장마차를 지나친다
이곳은 손님이 많아 명소로 자리잡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철거되어 버려 지금은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신고가 들어와서 구청직원이 포장마차를 걷어갔단다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적대감을 가진 어느 전직경찰관 한 분이 꼬투리 잡아 신고한 때문이란다
말총머리가 일품인 주인의 말총머리가 턱수염이라면 관우로 오해할 법하고
여주인은 러브핸들이 풍만하고 풍채가 장비를 빼 닮아 호탕한 남아대장부 같다
주인의 하소연을 한참 듣다 보면 참으로 안됐단 생각이 드는데
편하게 쉴 수 있는 쉼터가 헐려 버린 게 나무 아쉽다

구미동에 접어들 무렵 노인 두 분이 거칠게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지나치다가 살짝 스친 모양이다

자전거 탈 때는 특히 보행자의 입장을 잘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가족이 지금 걷고 있다고 생각하고 조심해서 천천히 가는 게 필요하다
너무 큰 벨소리에 놀라지 않게 할 것이며
복잡한 길에선 가능하면 “미안합니다 자전거 지나가겠습니다”라던가
아예 내려서 걸으면 얼굴 붉힐 일은 없을 것이다
특히 사람의 왕래가 많은 다리에서 속도를 내는 것은 특히 삼가야 한다

가끔 커브길에서 마주 오는 자전거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중앙선을 넘어 오는 경우가 있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날수도 있으니 알아서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리고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서 안전헬멧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자전거 탈 때 지킬 일이 한가지 또 있다
추월할 때를 빼고는 가능하면 중앙차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사고는 자전거가 중앙선을 넘을 때 가장 많이 난다는 사실을 반드시 숙지해야 할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 운동하는 것인데 사고가 나서 다치기라도 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커브를 도니 드디어 골인 지점인 구미동이 보인다
동네 근처 탄천에는 어른 키만한 갈대 숲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이곳에 올 때면 마라톤 골인지점에 관중들이 환영하는 모습으로 착각하게 한다

마침 나로호가 발사되는 날이라 이왕이면 역사적인 장면을 지켜보자고 서둘렀건만
지친 나머지 예상보다 늦게 도착했다
나로호의 발사장면을 지켜보지 못한 게 조금은 아쉬웠다
아시다시피 이날 나로호의 발사는 절반의 성공으로 그쳤다

11시에 출발해서 여의도에 갔다 온 것이 저녁6시이니
80KM 거리를 7시간에 걸쳐 완주한 것이다
예상했던 6시간과 별 차이 안 나게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송파일주코스보다는 나은 것 같으며
힘들었지만 무난히 잘 갔다 왔다 생각하며 만족한다

가끔씩 체력 검사하듯이 이런 일도 시도해 볼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시간에 얽매이지만 않는다면 재미있고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은 분 중에서 관심이 있으신 분이 있으면
과감히 용기를 내서 시도해 볼 것을 추천한다

오자마자 서둘러 두 가지 일을 해야 했다
나로호의 실패원인을 자세히 알아야겠고 또 하나는 관우의 수술경과다
나로호는 뎦개하나가 덜 떨어져 문제가 생겼고

관우는 수술은 잘 됐으나 이어지는 전투에서 손권에게 포로로 잡히고 말았다
유비를 배반할 수 없는 관우는 살려주겠다는 손권의 말을 사양하고 정당하게 패장의 목을 베라며 목을 내민다
예를 갖춰 관우의 목을 친 손권은
후환도 두렵고 조조와 유비를 이간시킬 의도로 관우의 시신을 위나라왕 조조에게 보낸다
손권의 불순한 의도를 알고 있던 조조는 예를 갖춰 관우의 시신을 촉나라왕 유비에게 보내준다

죽을 때는 한날 한시에 같이 죽자고 피를 나누며 맺은 도원의 결의를 유비는 잊지 않고 있다
아우를 잃고 비통에 젖은 유비는 이성을 잃고 군사 제갈공명의 조언도 무시하고 오나라왕 손권을 응징하기 시작한다.
이 장면에서 삼국지읽기를 멈춘다.
도원의 결의대로 유비와 장비가 죽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에

그러나 알만한 사람은 알 것이다
읽을 만큼 읽어서가 아니라 책을 읽다가 그만 꿈나라도 가 버린 것이다
이날 초저녁부터 꿈나라로 가더니 다음날 정오가 되어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렇게 길고 긴 하루가 지나고 이 일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마음에 몇 자 적는다는 것이
본의 아니게 길어졌다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 고생했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속독법을 터득하면 위의 글은 10쪽 정도이니 쪽당 7초 칠 때 대충 1분 남짓하면 읽을 수가 있습니다.
혹시 속독법에 관심 있는 분 있으면 방법을 알려드릴 테니 연락 바랍니다
vvscshin@naver.com 훈련비용 무료이며 과정은 온라인으로 4개월 예상합니다

속독법이 무슨 가치가 있느냐고요?
저도 현재 훈련 중에 있으며 실체는 잘 알지 못하나 훈련방법과 속독법이 갖는 의미는 잘 알고 있습니다
즉 제대로만 공부하면 300쪽 정도되는 책 한 권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매일 부담 안 느끼고 이해하며 읽는 것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것도 평생!
He can do it, She can do it, Why not 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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